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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 자원정보연구실장 강충길 박사 작성일 2013.10.08 조회수 2395

 

개발동기 : 우리의 금수강산을 팔자!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한중기술협력시스템의 일환으로 중국 북경소재 중국농업과학원에 3년간 상주연구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었는데, 2004년도에 중국농업과학원 원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행 차 한국에 왔었습니다.

방문단 일행과 함께 대관령 고랭지 농업연구소를 방문차 이동 중에 방문단 일행이 영동고속도로 주변의 빽빽한 나무숲을 보면서 산 뒤에도 나무를 심었냐고 물어 보더군요. 전시용이 아니냐? 그거죠. 식재율이 90% 이상이라는 말에 놀라고, 또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에는 전시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이후 방문단 일행이 떠나면서 ‘한국의 어느 것도 부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한국의 자연, 환경이 너무 부럽다’라는 말을 남기더군요. 이에 저는 우리의 하늘, 공기, 물, 산, 나무 등 금수강산, 환경자원이 결정적 자산이란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 언젠가 한중 FTA가 체결될 것이라는 전제아래, 이를 대비해 ‘한국 농업이 살아남을 길은 뭐냐’는 질문에 귀착하게 된 것입니다. 결론은 청정 농산물로 가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자랑인 금수강산을 발판 삼아 공략할 틈새시장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잡초방제, 수분유지(보습), 온도상승 효과가 있어 청정 농산물 생산을 위해서 비닐 피복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으나, 이것이 100% 수거가 되지 않고, 썩지 않으며, 수거하기 위한 노동력 투입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문제점이 발생되었다.

이에 강충길 박사는 분해가 되는 비닐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5년도에 중국에서 귀국하자마자 2006년도부터 분해비닐 개발에 착수, 올해로 7년차 연구진행 중이다.

“기존에 이미 분해성 필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분해 비닐은 눈에 안 띌 정도로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는 것으로 중금속 잔류 때문에 토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고, 또 미생물분해 비닐은 분해미생물이 토양에 부분적으로 존재한다는 문제점, 생분해 비닐은 감자, 고무나 전분을 이용하다보니 가격적인 문제 때문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2단계 : 친환경 유기농 자연분해 “쌀 비닐” 개발에 성공

 

“2006년, 우선 고추밭에 생분해 비닐을 사용했는데, 비닐을 피복한 지 보름정도 지나자마자 분해가 되어 버려 고추밭이 온통 잡초 밭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또 2007년에 개발된 시제품은 1년 내내 분해가 되지 않아 결국 실패로 끝났죠.

작물마다 재배기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내구성이 다 틀려야 합니다. 밭작물의 경우 최소한 4~6개월은 견뎌야 하는 것이죠.”

설상가상이라고 2008년도 봄에 농업진흥청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강충길 박사는 교육대상자가 되었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는 각오로 아내까지 동원해가면서 연구를 지속한 결과, 고추밭의 경우 10월초 순까지 분해기간을 늘려 성공을 거뒀고, 이때 논에도 적용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기술은 실패를 용납할 수 없지만 개발은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 잡초방제의 방안으로 이용되고 있는 왕우렁이 농법은 홍수로 인해 왕우렁이가 일반 강물로 유입되어 수초까지 먹어 치웁니다. 이에 수초에 알을 낳아야하는 수생동물에 영향을 미쳐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문제점 때문에, 일본에서는 6년 전부터 왕우렁이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렁이가 생태계를 교란하는 생물인 만큼 친환경적으로 논에 퍼져 있는 제초제 저항성 잡초를 방제하기 위해서는 생분해 비닐 멀칭이 답입니다.”

이에 강충길 박사는 2009년부터 논에 분해비닐 피복을 사용해 잡초방제를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 3년 만에 성공을 거뒀다.

“개발 초창기에는 고가, 가격 등 자체를 무시하고 일단 친환경 자재를 만들자는 일념으로 도전을 했습니다. 결국엔 98~99% 잡초방제 효과와 분해성도 수확시기까지 85%, 150일이 지나면 95%, 그 다음해까지는 완벽하게 없어진 결과를 낳았죠.”

친환경 유기농 자연분해 ‘쌀 비닐’은 이앙 후에 비가 한동안 오지 않거나 천수답이거나, 관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수분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는 농법으로, 장시간 물을 대어주지 않아도 되며 굳이 전기를 이용하여 물을 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절전효과에도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피복 초기에 지온이 2℃이상 증가하고 생장부의 보온과 보습효과에 따라 초기 생장이 적어도 15~18% 증가했으며, 벼 수량 또한 5~8% 증수되었다.

이외에도 제초제를 100%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약 50여 년 동안 계속 사용해 온 제초제 등 각종 화학물질의 해로부터 우리의 흙과 강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고, 제초제 사용 때문에 영향을 미쳤던 수질과 수계에 사는 많은 수생물의 생명보호에 크게 공헌을 하게 되었다.

“제초제 중에 설포닐우레아(Sulfonylurea)계 제초제는 적은 양으로 한번만 치면 거의 모든 잡초를 제거할 수 있었는데, 이를 매년 장기간 연용하다보니, 아주 많은 양을 살포해도 죽지 않는 저항성 잡초가 발생하여 잡초제거에 많은 애로점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계통의 약제를 사용하면 약값이 비싸지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자연분해비닐을 피복하면 이러한 문제는 손쉽게 제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밖에 감전사고 예방, 논 재배면적의 확대 및 조기이앙 가능, 벼 수량 증대 가능, 묵은 쌀(古米) 처분 등의 효과가 있으며, 국내 전체 논 중 50%를 쌀 비닐로 피복하면 농업용수 25억 톤이 절약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3단계 : 문제는 가격, 농사의 역사를 바꾸자!

 

문제는 친환경 유기농 자연분해 ‘쌀 비닐’이 비싸다는 점이다. 수확 후 비닐수거를 위한 시간과 노동력 등을 따진다 해도 1.8배 정도가 비싸다.

“이제 농사의 역사를 바꾸자!

벼 종자를 키워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기까지 30~40일의 준비기간이 걸립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00평 규모에 1백여만 원이 소요됩니다.

이에 자연분해 쌀 비닐에 벼 종자를 붙인 볍씨비닐을 만들었습니다. 볍씨를 전분 풀로 자연분해 쌀 비닐에 부착해 출고를 하면, 이를 이앙기에 장착해 논에 물을 완전히 빼어 물이 가능한 적은 상태로 논흙이 약간 굳은 듯 한 상태, 즉 두부정도 상태의 논에 볍씨비닐을 피복하는 것만으로 모내기와 잡초제거까지 끝낼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7일, 김천시에서는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볍씨부착 자연분해 비닐을 이용한 직파 시연회가 거행됐다.

이제 입모율이 문제다. 앞으로 1년 정도 벼 종자에 대해 연구를 추진해 ‘볍씨부착 자연분해 쌀 비닐’에 알맞은 종자를 개발할 계획이다.

“볍씨부착 자연분해 비닐의 개발로 ‘쌀 비닐’의 가격적인 문제도 해결을 했지만, 이제 정부에서도 친환경적 자재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이여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볏짚 사일리지 랩(Silage Wrap)에 지원되는 정도의 지원금을 요청해놓은 상태입니다.”

강충길 박사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유럽, 일본의 잡초학회 모임에 가서 발표했고 많은 관심을 이끌어 내었다. 혹자는 강박사에게 ‘미쳤거나 노벨상 수상감’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단다.

1953년생으로 정년이 바로 코앞인 강충길 박사는 이제 볍씨비닐을 실용화, 산업화하여 농민이 쉽게 사용하도록 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입모율을 현재 70%에서 95%이상 늘리는 일이 완료되면 돌가루비닐 개발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대기업처럼 우리의 三農이 세계 시장에서 큰소리치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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